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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하며

‘노크 귀순’ 엄중 문책, 천안함 때는 왜 이렇게 안했지? 오늘을 생각하며 | 2012/10/15 22:07



대국민 사과문 발표하는 김관진 국방장관/TV화면 갈무리

‘노크 귀순’에 9개의 별이 날아갔다. 15일 국방부 장관은 이 사안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고, 장군 5명과 영관장교 9명에 대해 엄중 문책할 예정임을 발표했다. 

국방부 또한 감사관을 단장으로 감사관실과 조사본부 수사관으로 편성된 합동조사단을 투입하여 강도 높게 재조사하여 잘못이 드러난 관련자에 대한 처리와 향후 후속조치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잘못이 드러난 상위 계급자 위주로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여 조치하겠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진력할 것을 다짐했다.

국방부의 이 같은 태도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다. 경계가 뚫린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없다면 제대로 된 군대가 아닐 것이다. 

‘노크 귀순’은 별 떨어지는데, 진급까지 한 ‘천안함' 장성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천안함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의 징계는 형식적이었다. 징계를 받은 장성들은 이후 진급에 영전까지 했다. 

합참 작전부장으로 징계를 받았던 육군 소장은 3성 장군이 돼 군단장으로 나갔고, 징계 발표 전 전역한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으로 임명됐다. 2함대 사령관은 복무 적합 판정을 받았고, 천안함 함장은 전역은커녕 계속 군 복무 중이다. 

당시 천안함 징계자 진급 논란에 대해 국방부는 “이미 몇 차례 진급에서 불이익을 당했고, 동기생 중 선두주자로 우수한 인재”라고 해명했다. 

그럼 이번 ‘노크 귀순’과 천안함을 한 번 비교해 볼까?

‘노크 귀순’이나 천안함 모두 적이 우리의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경계 소홀이 문제가 커진 핵심이었다. 그렇지만 천안함과는 다르게 ‘노크 귀순’으로 인해 군에 인적 물적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군은 강경한 징계 방침을 밝히고 있다. 

강조하지만 난 군의 징계 방침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경계 소홀은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데 소홀히 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용서될 수 없고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거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지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될 사안이다. 책임 있는 장교들은 모두 구속돼야 하고 장성들 역시 엄중 문책해야 한다. 저런 식으로 경계가 뚫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쪽팔린 일이다. 

‘천안함’은 ‘노크 귀순’보다 가벼운 사건인가?



평택 해군기지에서 천안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해군 장성/ⓒ연합뉴스

그렇다면 천안함은? 

적이 은밀히 침투해 아군 병사 수 십 명이 몰살당했다면서, 제대로 된 징계는 없었다는 것은 노크 귀순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난다. 더구나 전역을 시키거나 구속이 마땅한 장성과 장교들을 진급시키거나 복무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도대체 어떤 판단 때문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의문을 제기한다. 천안함이 ‘노크 귀순’보다 가벼운 사건인가? 노크 귀순은 이렇게 엄중하게 징계 조처하면서, 천안함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왜 이런 기준을 안 보였던 것일까? 

국방부는 혹시 ‘노크 귀순’ 징계자들도 나중에 진급시키거나 영전시키려 하는 것일까? 천안함 사건 징계자 진급시킬 때처럼 ‘우수한 인재’라는 변명이라도 할까?

천안함은 적에게 공격당한 게 맞는 것일까?

예전에 이런 의문을 제기한 글을 한번 올린 적이 있다. (천안함 의문 키워주는 군 인사, 군미필 MB의 무지? http://v.daum.net/link/22429450) 그 때 진급 장성의 부하로 보이는 사람이 글 내용에 대해 댓글을 달았던 데, 이런 내용이었다. 

'발표되지 않은 지휘관님의 능력과 그동안의 업적이 공개된다면 진급이 안 되시는 거에 의아해 하실 것 입니다. 장군님은 위관 및 영관시절부터 항상 최고이셨습니다. 각 부대의 요직을 두루 거치시면서 위국헌신하신 분입니다. 부하들이 거침없이 목숨을 바칠만한 분이었죠. 일개 사병이 목숨을 바칠만하다고 한다면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 짐작하겠죠. 국방부의 심사가 적법했음을 인정합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질문하십시오.' 

그래서 나는 되물었다. 최전방 사단에서 천안함과 같이 적이 침투했을 경우 어떤 조처가 나올 것 같은 지에 대해. 

마침 굳이 설명 안 해도 이번 ‘노크 귀순’은 어떤 조처가 나오는 지를 확실히 보여 주고 있다. 천안함 당시 군의 안일한 징계 조처가 이번과 같은 일을 초래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천안함 책임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문책은 정상적인 군이라면 나올 수 없는 조처였다. ‘노크 귀순’과 비교해 볼 때 차이가 두드러진다. 내가 천안함에 대한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갖고 있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천안함이 적에게 공격당한 게 아닌 불가피한 사고였다면 형식적인 문책이 이해될 수도 있는 사안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