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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밍크코트>, '이단‧존엄사' 묵직한 주제 팽팽한 긴장감 마당 | 2012/01/11 18:07 이단사이비 종교를 믿지만 쉬쉬하는 중년의 딸 현순은 혼수상태에 빠진 노모의 존엄사를 놓고 다른 가족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더 이상 가망 없으니 산소 호흡기를 떼자는 언니와 남동생에 맞서 절대 안 된다는 현순의 대립. 병원비 한 푼 내놓지 않으면서 목소리를 내는 현순이 뻔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가 형제들과 대립하고 있는 이면에는 신의 계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이단사이비라 지목하지 않아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계시에 의지해 초현실적 상황만을 기대하는 현순의 모습은 그리 어색하지가 않다.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신앙이라기보다는 신념이 더 어울려 보인다. 고단한 현실 속에 기댈 언덕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에게 종교는, 특히나 신비주의는 빠져들기 쉬운 매력이다. 딸을 시집보낸 후 홀로.. 더보기
그때 농촌을 택했던 여대생들은 지금… | 2010/09/20 00:3 운동의 시선으로 본 다큐멘터리 영화 80~90년 대 학생운동을 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학교를 떠나 현장으로 들어갔다. 삶과 운동이 일치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현장은 지속적인 운동을 위해 당연히 선택해야 할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다수가 선택한 곳은 노동 현장이었다. 대학을 마친 운동가들은 위장 취업을 했고, 현장 활동을 벌이다 감옥에 간 사람도 있었다. 현장에서 뿌리를 잘 내린 이들은 노동운동을 통해 정치권으로 진출하기도 했으나 끝내 현장에서 못 버티고 나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물론 당시 농촌 현장을 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 수는 노동 현장에 들어간 사람들에 비해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브나로드 운동’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1870년 대 러시아의 브나로드 운동은 아쉽게 막을.. 더보기
인간적이고 소탈했던 한 신부님에 대한 기억 | 2009/08/06 02:19 . 지난 2007년 예수원에서 나온 책이름이다. 책은 예수원 설립자였던 고 대천덕 신부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모아 놓고 있다. 대천덕 신부 5주기를 맞아 펴낸 책에는 1957년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온 미국인 선교사가 수도원 공동체 예수원을 설립하고, 평생을 산골짜기에 살며 보였던 모습이 담겨 있다.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의 시선으로. 대천덕 (Reuben Archer Torrey 3세). 1918년 1월19일, 중국 산동성 제남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출생한 대천덕 신부는 1957년 한국에 들어와 1940년 신사참배 반대 및 정치적인 이유로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교됐던 聖미가엘 신학원을 재건한다. 1964년까지 그는 원장으로 봉직하며 학교를 안정시켜 놓는다. 그가 재건한 성 미가엘 신학원은 지난 6월 노무현.. 더보기
'간송 전형필', 성북리 보화각이 주던 전율 | 2011/01/23 14:06 ■ 프롤로그 - 미술관이 준 무게감 무작정 찾아간 성북리 보화각, 간송미술관 성북동 간송미술관지난해 10월의 마지막 주말에 한 전시회를 보고 온 적이 있다. 장소는 성북리의 보화각. 지금 지명으로 말하면 성북동 간송미술관이다. 그런데 전시회 하나 보고 온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것이 쉽지가 않았다. 간송미술관이 주는 무게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해를 넘겨서야 그 이야기를 정리할 수밖에 없을 만큼… 사실 그 곳을 처음 찾아갔었던 것은 2010년 7월의 무덥던 어느 날이었다. 그냥 무작정 찾아갔는데, 전시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공간이라 겉모습만 잠시 둘러보고 내쫓기듯 되돌아 와야 했었다. 전시회 때만 들어올 수 있다며 관리인은 건물 주변을 구경하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야트막한 흰색 건물 주위로 돌 조각.. 더보기
권력의 냉전적 사고 비웃으며 읽은 '빨치산의 딸' 마당 | 2009/01/05 09:00 임채진 검찰총장은 2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 신년 다짐회’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친북좌익 이념을 퍼뜨리고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임 총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경제정책과 관련된 노사분규나 불법 집단행동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노사분규에 대해 불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고, 불법이 발생한 후에는 불법필벌의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공고히 하는 것은 경제난 타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고도 말했다. -경향신문 기사 중 일개 필부가, 아무 힘없는 평범한 소시민이 지엄하신 검찰총장님의 말을 우습게 생.. 더보기
아트나인, 극장에 미친 영화관주의자의 열정 마당 | 2013/02/12 17:06 “정상진이 미쳤으니까 이걸 하지 누가 이런 걸 할 수 있겠어?” 그 극장이 문을 열던 날 개관식에 온 유명 평론가는 극장주를 향해 미쳤다고 말했다. 물론 욕은 아니었다. 그만큼 열정이 많다는 의미였다. 어느 한 분야에 미치지 않고는 전문가가 되기 힘든 것처럼, 극장에 미쳤기에 이런 걸 만들어냈다는 칭찬의 역설적 표현이었다. "미쳤으니까 이런 극장을 만들지" 사실 그 평론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극장을 둘러보면 누구나 악어마냥 입이 쩍 벌어진다. 영화관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무용담을 들을 때면 그 미쳤다는 표현이 아주 정확하다 싶을 만큼 실감나게 다가올 정도다. 음향과 화질을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투자는 상업적 이윤만을 생각하면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든 부분이다. 대기업도 이런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 .. 더보기
'고지전', 전쟁영화로 알았는데 반전영화네 마당 | 2011/07/24 22:35 사실 스펙터클 액션 대작을 생각했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했다고 하니 가 떠오를 수밖에. 더구나 액션을 좋아하다보니 처음부터 그렇게 연결이 됐고,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이것 참 ‘반전’이다. 여기서 말하는 반전은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예상했던 스펙터클 액션이 아닌 휴먼드라마의 뭉클함이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쟁영화면서 반전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도 여운을 남겼다. 오래전 봤던 베트남 전쟁을 다룬 이 떠오른다고 할까? 한국전쟁 막바지의 상황인데, 묘하게 지금 현실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다. 한국전쟁을 그리고 있다지만 그 보다는 현재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의심됐다. 장면 장면에 의미가 부여될 만큼. .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있던 1953.. 더보기
<수메르>, 최초의 혁명 성공시킨 검은머리 민족 | 2011/02/20 22:29 우루크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있던 역법 연구생 우루카키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자객이 찾아든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다행히 신전 기사단장인 친구의 도움으로 모면했지만 별자리를 연구하던 우루카키나는 자객이 왜 자신을 노렸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귀족도, 신정의 녹을 먹는 자도 아닌 자신에게 정적이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차츰 그 내막을 알게 된 것은 은밀히 고향 땅 라가시로 돌아오면서부터였다. 우루카키나의 눈에 상당한 변화가 생긴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구체적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것은 경악스러움이었다. 왕조로 바뀌어 진 도시 체제. 그렇게 변모된 모습을 보면서 느끼면서,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세력에 대한 의문이 하나 둘 풀어진다. 그 위협은 역설적으로 혁명의 불이 지펴지는 계기가 되는.. 더보기
군사 기밀, '아덴만 여명'과 '천안함'의 다른 잣대 마당 | 2011/01/25 01:33 우리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삼호 쥬얼리호를 구해낸 것은 구해낸 것은 백 번 천 번 칭찬하고 싶은 사안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나도 환호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끝난 작전이기에 당시의 무용담을 온 천하에 자랑하고 싶은 군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렇게 멋지게 해적들을 무찌르고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해냈는데, 조용히 있을 수는 없을게다. 그러니 작전이 진행되는 동영상에, 대원들의 수기에, 세세한 무기 체계 및 전술 전개 과정까지 공개하며 나팔을 불고 있는 것이겠지. 대통령이 자신의 결단이라 떠드는 것도 다 비슷한 이유 일 테고. 그런데, 뭐랄까 어떤 의아스러움이 생겨났다. 아주 친절한 군 당국의 설명 탓이다. 잘 한 일을 왜 삐딱하게 보려고 하느냐.. 더보기
귀농한 서울 처녀, 농사꾼의 아내로 정착하다 | 2009/04/16 09:00 황매산 자락에서 치러진 농사꾼 부부의 혼례/ⓒ청년생명평화 자람지난 12일 경남 합천군 가회면 황매산 자락 아래 한 초등학교에서 전통혼례가 치러졌다. 귀농한 두 젊은이가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다. 신부와 잘 아는 사이기에 가봐야 할 결혼식이었지만 신부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할 수 없어 포기해야 했다. 신부의 요청은 '인터뷰 및 사진 촬영 절대 불가!.' 우습게도 오직 나에게만 적용되는 조치였다. 수개월 전부터 참석을 계획했던 결혼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부의 요청을 놓고 고민하다가 나중에 개인적으로 그들 부부를 만나기로 하고는 황매산으로 갈 계획을 접어야 했다. 참석하게 되면 당연히 카메라를 가지고 갈 것이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런 인터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하나의 기사로 만들고자.. 더보기
[이현상평전]책을 통해 반추한 한 혁명가의 삶 마당 | 2010/01/26 07:00 ■ 이현상평전1 - 프롤로그 '태백산맥에 눈 나린다'... 남부군과 이현상 '태백산맥에 눈 나린다' /노래 기타 권택중. 대금 최연정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 /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 [지리산 유격대에서 남부군으로] 남부군이 남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1950년 11월이었다. 유엔군의 북진으로 전선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지리산유격대라 불리던 그들은 피난민들과 함께 북상 중이었다. 한참을 후퇴하던 그들은 강원도 후평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 나타난 서울시 인민위원장 이승엽과의 만남은 지리산 유격대의 전환점이 된다. 유격대를 지휘하던 이현상의 친구이자 북한 정권의 요직을 맡고 있던 이승엽은 후퇴하던 유격대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고, 그 명령에 따라 그들은 다시금 전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었다. ‘남부.. 더보기
산속의 우리집 태백 예수원 | 2008/12/28 13:30 1년 만에 집에 다녀왔다. 지난해 연말에 갔다 왔으니 정말 딱 1년 만이다.예전에는 틈나는 대로 잠깐식 다니러 갔었는데, 올해는 촛불 때문에 거의 가보지 못했다. 간만에 할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을 떠나 태백으로 향했다. 태백. 집에서 살다 나온 이후로 지난 10년간 늘 크리스마스 때면 어김없이 찾아가던 곳. 언제나 편안함을 안겨주는 곳이다. 아늑함과 포근함도 함께. 강원도로 들어서며 차창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가 차갑다. 집이 가까워졌음을 알려주는 듯 햇다. . 수년간 이어 오던 도로 확장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듯, 꼬불꼬불 길이 쫙 펴 있었고, 마무리 작업 중인 사북쪽만 빼고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피재를 넘어 10km정도를 더 달렸을까 상사미를 지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