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군사 기밀, '아덴만 여명'과 '천안함'의 다른 잣대 마당 | 2011/01/25 01:33
한두메
2018. 12. 18. 00:21
성공적으로 끝난 작전이기에 당시의 무용담을 온 천하에 자랑하고 싶은 군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렇게 멋지게 해적들을 무찌르고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해냈는데, 조용히 있을 수는 없을게다. 그러니 작전이 진행되는 동영상에, 대원들의 수기에, 세세한 무기 체계 및 전술 전개 과정까지 공개하며 나팔을 불고 있는 것이겠지. 대통령이 자신의 결단이라 떠드는 것도 다 비슷한 이유 일 테고. 그런데, 뭐랄까 어떤 의아스러움이 생겨났다. 아주 친절한 군 당국의 설명 탓이다. 잘 한 일을 왜 삐딱하게 보려고 하느냐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공개하는 군의 태도는 예전의 사건과 너무나 크게 비교됐다. '국민의 알권리 때문에 군 기밀 공개해야 하냐' 항변하던 군
당시 천안함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해군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트위터 이용자, 블로거 등에게 직접 천안함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운 좋게도 나는 그 대상에 선정돼 국방부에서 '1번 어뢰'를 본 후 평택까지 가게 됐다. 당시 해군 관계자는 천안함의 여러 의혹을 어떻게든 해소시켜보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런 저런 질문에 좋은 질문이라는 칭찬까지 하면서 답변을 하던데, 사실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일방적 설명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컸다. 천안함을 둘러본 후 강당으로 이동했고, 거기서도 또 다른 질문들이 이어졌다. 참 많은 질문이 나왔던 것 같다. 그 질문들은 하나같이 아직도 궁금함과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집요하게 쏟아졌다. 그런데, 질문을 계속 받던 해군 관계자의 어조가 어느 순간 갑자기 높아졌다. 표정이 서서히 찌푸려지더니 그는 흥분한 듯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군이 기밀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합니까? 국민이 알권리가 중요하다고 군사적인 기밀사항까지 다 공개해야 하는 겁니까? 공개되면 적에게까지 다 알려지게 되는건데,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의심스럽다고 하면 군은 무조건 다 밝혀야 하나요? 군사 기밀은 중요하지 않던가요?” 그것으로 질의응답은 끝이었다. 정작 궁금한 내용은, 의혹을 묻는 부분은 군사기밀이라고 공개할 수 없다는데, 더 이상 무슨 질문들을 더 할 수 있었겠나. 군사기밀, 북한은 몰라야 하지만 해적은 알아도 상관없다?
이번에는 모든 궁금함을 다 해소시켜 주겠다는 듯 총쏘는 장면에 대원들이 배에 오르는 장면까지 적외선 영상으로 찍어 선명하게 공개하던데, 천안함 때는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이 없다고 발뺌하지 않았던가. 당시 이런 저런 거짓말까지 해대며 군사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우기다가 여론에 떠밀리듯 공개했던 것을 비교해보면, 이번과는 완전 천양지차였다. 그렇다면 '아덴만 여명'에서는 군사 기밀이 될 만한 사항이 전혀 없었던 것일까? 내가 볼 때는 우리 특수요원들이 쓰는 무기 체계를 비롯해 구체적 작전 계획 및 실행 과정까지 중요한 내용들이 많던 데, 누군가 말대로 북한이 알면 안 되고 해적들이 알면 상관없어서일까? 일부 언론도 이런 태도가 한심하게 보이는 듯 군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모습이다. 군대 안 갔다 온 대통령은 ‘아덴만 여명’을 자신의 공으로 홍보하며, 정국 전환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것 같다. 군이 여기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천안함 때는 기밀을 강조하며 웬만하면 감추려했던 모습과, ‘아덴만의 여명’에는 아주 자세한 내용까지도 공개하며 성공담을 떠들고 싶어 하는 모습에는 큰 차이가 느껴진다. 군 기밀은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군에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작전 장면까지 다 공개할 수 있으면서, 천안함 때는 대체 왜 그렇게 감췄나?” 그리고 한가지 더, '어쩄든 인질은 구출했으니 잘된 일이지만, 정규군이 해적과 싸워서 승리했다는 것을 저리 자랑하는 것은 조금 쪽팔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람도 내 주변에는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